아침에 전철을 타고 출근하다 보면 졸릴 때는 꾸벅꾸벅 졸고,
잠이 안올 때는 선반 위에 올려진 신문을 보곤 한다. 오늘은
늦잠을 자서 11시쯤에 집을 나서게 됐는데, 이시간쯤 전철을
타면 졸리지 않을꺼란 생각이 들어 옆방에 들러 책장에서 가
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는 터에 ‘무서록’이 눈에 들어왔다.
100여페이지 남짓한 글을 생각나는데로 읽었던 까닭에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책이었다.
전철간에서 무서록을 읽는데, 그 중 낚시에 관련된 대목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 < 떰벙이>
장마가 져서 붉은 물이 나면 평상시면 돌 밑에만 엎드려 있
던 미어기, 뱀장어, 쏘가리 같은 것이 먹을 것을 쫓아 물이
미뭉한 웅덩이로 나온다. 나오는 데도 낮에보다 밤에 더 잘
나옴으로 미어기, 쏘가리, 뱀장어를 상대로 거기 적당한 낚
시를 만들어 밤 낚시질을 가는 것이다. 낚싯대는 길반쯤 되
는 튼튼한 것으로 가는 무프레도 좋다. 줄도 굵고 낚시도 크
고 미끼는 용지렁이를 끼며 낚시 밑에는 밤톨만한 돌이나 납
을 달아서 웅덩이에 담그는 것인데, 고기가 오면 아무리 가
비얍게 주둥이를 건드려도 팽팽하게 켕겨든 줄과 대를 통하
여 곧 손에 감전되는 것이니, 이것은 눈으로 보고 채이는 것
이 아니라 손의 촉감으로써 ‘올치 인제 물고 달아난다!’하게
될 때, 곧은 낚시로 채는 것이다. 그려면 묵직하고 뻐르적거
리며 나오는 것은 미어기나 뱀장어가 아니면 쏘가리요 더러
는 붕어도 물려나오는데 어쩌다 한번씩은 뱀도 물리어 낚시
째 집어 내던지는 수도 있다. 이 낚시는 물에 넣을 때마다
떰벙 소리가 난다고 ‘떰벙이’라 한다. 맑은 맛은 없고 반딧
불 숲에 앉아 도깨비 이야기를 즐기는 재미다.”
나는 상허가 뱀을 낚아 올렸을 때를 상상하며 낄낄거리고 웃
었다. 요즘처럼 여유롭지 못한 때에, 이런 글을 읽음으로 작
은 위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 늘 즐거운 한빛.
P.S. 설 잘 보내시고,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