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첩을 정리하다……

명함첩을 정리하다가 문득 손에 쥔 명함에는
그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끔씩 생각났던 그애.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애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쳤다.
화면에 뜬 결과는 2건, 같은 URL이었다.
클릭!
처음에는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그애였다.
디자이너답게 홈페이지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다면 서른인데’라고
생각하며 가족소개란을 보니, ‘우리 남자친구’라는 링크가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가 있구나 그럼 결혼을 했을지도…..’
방명록을 보니 작년 11월에 올려진 게시물에 결혼을
축하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결혼을 했구나.’
작년 11월에 결혼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 조금 슬펐고,
어쩔수밖에 없었던 나의 무심함이 미안스러웠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그애에게 나는 줄곧 감정을 숨겨오다가 어느
날 표현하지 않는 감정은 양자에게 상처를 준다는 믿음으로 처음 좋아
한다고 고백했을때 그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빠는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 않아서 그래요. 그리고 저와 오
빠는 어릴적부터 알아왔기에 그래서 그런거에요……. 저를 지금 제
모습보다 더 낫게 여겨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오빠에게 애인이 생기
면 제가 조언을 해줄께요.”
그 이후, 옷을 사주었을때도 오빠에게 뭔가 보답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그애 어머님의 말에 “그래요, 오빠 결혼식때 내가 축가반주를 해주면
되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했을때 나는 더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
다는 마음을 굳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나는 미성숙했고, 그 이후로 그애와 연락을 끊
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무척 괴로웠지만, 차차 그애를 잊을 수 있
었다.

그애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과 몸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미친듯이 열중
했던 공부로 인해 그애는 두번이나 입원을 해야 했고, 그런 치열함을
바라보며 나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고 그것이 사랑의 감정으로 발
전했다고 생각한다. 7학기 동안 줄곧 수석을 하고 나서 나중에 그애
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렇게 했던 것은 그 사건을 이겨내기 위
해 어쩔 수 없었던 거에요.”

이제 그애가 행복하길 바란다. 언젠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할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 늘 즐거운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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