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은 여느때와 같이 이루어졌고, 학교가 파한 후 라오는 서둘러 집에
왔다. 오늘은 숙제가 많은 날이었다.
옷을 벗어 빨래통에 집어넣으려는데 뒷 주머니에 뭔가가 만져졌다. 꺼내보니
투명한 유리반지였는데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게 왜 여기 들어 있지?” 라오는 중얼거리며 불빛에 반지를 비춰보았다.
반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꿈의 반지”
‘꿈의 반지라….. 이게 뭘까?’ 라오는 반지를 자기 손가락에 차례차례 끼
워 보았다.
반지는 라오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딱 맞는 크기였다. 반지를 가운데 손가
락에 끼자 라오의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라오는 누구에게
떠밀리듯 자기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깊은 잠에 빠졌다.
라오는 깊은 물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더 가라앉기 전에 물 밖으로 나가
야 한다는 생각에 헤엄을 치기 위해 손과 발을 내저었지만 누가 끌어당기듯이
몸은 계속 아랫 쪽으로 꺼져만 갔다. 이상한 것은 전혀 숨이 막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라오는 어두운 심연 속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갔다. 얼마나 내려갔
을까? 이제는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것
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 속에서 몸을 뒤척였을 때 마치 별이 깜빡거리듯이 빛
을 발하는 빛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라오는 자기가 그 물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희미한 빛은 점점 밝아져 라오의 몸 전체를 환하
게 비추게 되었다. 라오는 그 빛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가 마음
에 궁금함을 품었을 때 빛은 실타래처럼 풀어져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양
을 보고 있자니 마치 빛이 라오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빛이
움직일 때마다 물결이 진동하며 라오의 가슴을 두드렸다. 라오는 가슴을 빛 쪽
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라오는 빛의 움직임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차츰 일정한 리듬에 따라 추는 춤처럼 되었다. 라오는 이윽고 빛에 동
화되어 빛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따라 서로 다른 동작으로 움직여 갔다. 의식
은 사라지고 몸짓만이 빛의 흔들림에 따라 움직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제
라오는 정신을 잃고, 빛을 향해 서서히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뭔
가가 날카롭게 물을 가르며 빛의 흔들림을 깨뜨리고 라오와 빛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막이었는데, 곧장 라오의 몸을 둥
글게 감싸더니 무서운 속도로 윗쪽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한없이 밝던 빛이 갑자기 핏빛으로 변하더니 물결이 사납게 흔들
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물결 하나 하나가 층을 형성하며 두꺼운 얼음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오를 감싼 원통형 투명막은 얼음층을 와자작 소
리를 내며 깨뜨려 버렸고 그러면서도 진행하는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얼음
층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물결은 투명막을 찢어버리려는 듯이 미친듯이 움직였
지만 라오를 둘러싼 투명막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몇초 뒤 라오를
실은 투명막은 층층이 가로막힌 모든 얼음을 깨뜨리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
면 위에는 안개가 자욱히 끼어 있었다. 라오는 아직도 의식을 잃은 채로 투명막
안에 들어 있었다. 조금 있자니 근처에서 노젖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그만 배 한
척이 물위에 떠 있는 투명막으로 다가왔다. 배에는 한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파란 터어번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는 투명막 옆에 배를 갖다
대고 로프를 꺼내 원통형 투명막을 배에 묶더니 다시 노를 저어 안개 속으로 사
라졌다.
– 늘 즐거운 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