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제목

어제 각각 다른 서점에 들러 책 두 권을 샀다.
한 권은 82년에 출판된 너무나 잘 알려진 책이었고,
다른 한 권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책이었다.

한 권은 오늘 오후까지 다 읽었고,
다른 한 권은 지금 읽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나의 짧은 독서생활 가운데 하나의 맥을 이루는 심적
치유에 관한 책이다. 에리히 프롬의 글처럼 명료하고, 빅터 프랭클의 글처럼
쉽고, 다가오는 글귀가 많은 책이다.

인터뷰와 강연 내용을 책자로 엮은 것인데, 한국어판 제목이 아주 재미있다.
‘귀를 핥으시는 하나님’이 이 책의 제목이다. 원 제목은 ‘A Listening Ear’.
이 책의 저자인 폴 트루니에는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해 다른 이와의 접촉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을 여는 것의 중요성과 고독
의 원인을 진솔한 대화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좀 길지
만 인용할 만 하다 싶어 아래에 인용한다.

“나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곧 그들과 친숙해지도록 노력합니다. 대부분 그들
은 어떤 것은 말을 하고, 어떤 것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계산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대부분이 갇힌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읍니다. 그래
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아무런 선입관이나 강박관념 없이, 스스로 자신들
의 인상에 대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연령
과 환경 조건에 관계 없이 말입니다. 처음에는 말문을 열기가 어렵습니다.
한숨을 쉬며 어려운 일들을 고백하지만, 일단 하나씩 모든 문제들을 이야기
한 후에는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모든 사실을
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들의 감정을 해소시키느냐는 것
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억압된 감정은 미처 겉으로 표출되지 않고 마음속
에 남아 있어서, 그들의 삶에 자연적인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
리가 자신의 부끄러운 사실들을 용감하게 받아들일 때 숨겨진 마음의 비밀들
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고 문제는 해결됩니다. 뿐만 아니라 별것도 아닌 경험
을 우연히 말함으로서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값지
고 중요한 일들을 무심히 넘겨버려 인생에 큰 계기가 되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서로 간의 마음을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 있어서도, 친한 친구 사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들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한번도 말한 일이 없는 사실을 나에게 털어놓
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못할
까 두렵기 때문에 다른사람에게는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말
하자면 과거에 인식되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자신이 남에
게 이해되어진다는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는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
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그리고 어떤 어려
움이 생기더라도 이겨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줍니다. 자신이 다른 사
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진다면 그는 위장하여 자신을 감추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의 순간이며 확신의 순간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 자신
에게도 깊은 감명을 불러일으키고 듣는 상대방에게도 동일한 느낌을 줍니다.
나는 다만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러한 신비한 반향들은 개별적인 접촉에서 일어납니다. 얀 드 루즈몽(Jean de
Rougemont)박사에 의하면, 인간들은 서로를 추구하기도 하고 동시에 서로를
배척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는 현대인들의 고독에 대해서 생각해 왔습니다. 그것은 인간들 사이에
진정한 대화가 아주 드물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대화할 때 주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자기 방식대로만 말을 합니다. 서로의 생각이 만나는 접촉
점 없이 평행선을 달립니다. 철학가인 게오르그 구스도르프(Georges Gusdorf)
는 그의 유명한 책 ‘자신을 발견하기'(Discovering Oneself)에서 “지금의 이
순간이 만남의 순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순수한 대화, 순수한 영화, 순수
한 쇼, 그리고 순수한 설교, 감동적인 음악회 혹은 자연의 관조, 순수한 책
등, 이 모든 것들이 만남인 것입니다. 우리는 책에서 항상 작가가 표현하려
는 생각(Idea)의 배후에 숨겨진 작가 자신의 의도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 작
가의 생각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쟁점이 될 수도 있으며, 또는 우리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만남이며 인간의 활력소 입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의 어떤 독자가 나의 글을 읽고 특별한 감명을
받았다고 편지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이 글이 당시에는 별 의미 없이 쓴
것임을 생각할 때 나는 참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된 것입니다. 책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매
개체입니다. 아마도 어떤 독자가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다록 그 책
에서 힘을 얻었다면, 저자는 그 독자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인간
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모든 사안에서 개별적 접촉이 이루어지기를 바라
고 마음의 만남을 추구합니다.” – 폴 트루니에, ‘귀를 핥으시는 하나님’,
pp.11-14.

상담학에서는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더
말하고 싶은 법이다. 진정한 만남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내재
되어야 한다.
– 늘 즐거운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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