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자면, 내 친구는 약간 띨한 데가 있다. 하하.
그런데, 나 역시 약간 띨하다. 큭큭.
어제 벅스라이프를 본답시고 만났다. 그전에 할인권을 받은 것을 가지고
극장에 가서 볼 작정이었다. 전철을 타고 가며 그 극장이 어디에 있는지,
몇시 프로를 볼 것인지를 이야기 하다가 혹시나 해서 할인권을 가지고 있
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가방 안에 있을 거라며 뒤적이더니 곧 울상을 짓
는 것이었다. 표를 집에 놓고 왔나보다고. 전에도 한번 그런 적이 있기에
나는 허허로이 웃으며 그럼 다른 영화를 보자고 했다.
못내 아쉬워하는 친구를 데리고 종로 3가에서 내려 극장 포스터를 보며
어떤 영화를 볼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눈에 ‘제너럴’이 띄어서 저걸
보자고 했더니 재밌느냐고 묻는다.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재미있느냐?’고
내 친구는 종종 물어본다. 그럼 나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쓴 평을 들먹이며,
재미있을 거라고 꼬신다.
간혹 친구는 별이 몇개짜리냐는 둥, 어떤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냐는
둥을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감언이설을 늘어놓곤 한다.
이번에 나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평(신문광고 참조)을 들먹이며,
재미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내 친구 왈,
“프란시스 코폴라가 누구야?”.
(아이구 두야… 하지만 웃으며…..) “영화’대부’의 감독이잖아.”
그러자 친구는 “아아, 그렇구나.”한다.
하여간 ‘제너럴’을 보기 위해 시네코아를 찾아 걸어가다가 횡단보도 앞에
서 갑자기 ‘서울극장에서는 무엇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극장에서 뭐하는지 한번 가보자.”
극장 앞 횡단보도에 일렬횡대로 늘어선 각종 구이 전문집(오징어,군밤,쥐
포,은행)을 지나(내 친구는 이런 노점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극장 앞
에 가서 간판을 주욱 살펴보니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 미술관 옆 동물원 =-
“야, 저걸 보자.”
“저거 재밌대?”
“응, 괜찮다더라.”
“저거 보고 싶어?”
“그래 당신은 어때?”
“희용씨 보고 싶은거 봐요. 근데 아까
제너럴 본다고 안그랬어요?” (집요한 친구)
“으음, 그랬지, 근데 이거 보자.” ( 또 다시 흐르는 식은땀 “”; )
“그래요, 그럼.”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어서 근처 밥집에서 밥을 먹
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서 앉으려 하니, 친구가 화장실에 갔다
와야겠다고 한다. 친구는 항상 영화시작 몇분 전에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곤, 항상 영화가 시작된 후에야 들어오곤 하는 지라. 이번에도 저으기 염려
가 됐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추스리는 동안 예고편이 시작했다. 굳윌헌팅의
맷 데이먼주연의 ‘라운더스’와 성룡주연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역시 머리
가 나쁜게 틀림없다.) 영화에 대한 예고편이 끝나고 조명이 점점 어두워졌는
데, 아직도 안들어 오는 것이다. (아이고 속타…. 저번 아라비아의 로렉스
시계, 아니,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볼때 중간의 인터미션 때도 안들어 오더니
만, 이번도 또 그러는군. 어두운데 자리를 잘 찾을 수 있을까…?) 속으로 궁
시렁 거릴때, 영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으… 첫장면을 놓치다니, 정말 안타
깝군, 대체 화장실에서 뭐하는 거지? 빠졌나?) 스크린에는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고개를 연신 꾸벅거리며 의자를 헤치고 들
어오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휴우…. 이제야 오는 군.) 자리에 앉도록 의
자를 내려주고, 손에 든 오징어 봉지를 건네주었다. (친구는 오징어 먹는 것
을 열광적으로 즐긴다. 아까 극장에 들어오기 전, 그 구이 전문점에서 구운
오징어 한 마리를 샀다. 친구는 씹는 것을 좋아하는데, 껌을 씹을 때는 입을
벌리고 씹는다. 입을 다물고 씹으라고 몇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결코 내 충고
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웃긴 것은 평소에는 입을 잘 다물고 있는 내가,
잘때는 가끔씩 침을 흘리며 잔다는 것이다. 에휴.)
영화는 재미 있었다. 하하. 내 친구처럼 띨한 ‘다혜’를 보는 것과 심은하의
밥먹을 때의 소리지르기, 그리고 몇몇 에피소드가 우스웠다. 그런데 ‘다혜’는
꽤나 중증인 듯 싶더니만, 차츰 나아지는 듯 했다. 처음 시작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이런 영화는 논리는 재쳐놓고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저 대사는 기억해 둬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니 생각이 안
난다. 나 역시 띨한 것이 틀림 없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며,
“우크크… 낄낄낄…. 재밌었어?” (정말 이렇게 웃는다.)
“응. 재밌었어.”
“나도 저렇게 맹~해?”
“아니.”
“그럼 멍~해?”
“아니, 꽁해.”
“꽁하다니?”
“맹꽁하다고.”
“뭐?….” (곧이어 날아드는 어퍼컷, 파바박. 흐흑.)
– 늘 즐거운 한빛.
P.S. 오늘은 두목 전시회에 가야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