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를 다녀와서

어제 갔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를 가서 느낀 점 몇가지를 적어본다.

1. 미술관에는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온다.
2. 감상 전에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
3. 유명한 작가는 대부분 다작을 했다.
4. 미술관에 딸린 샵에서 주머니 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기념품 하나쯤 사는 것도 좋다.
5. 미술관에는 혼자 가는 것이 좋다.
6. 미술관에 다니다 보면 자신만의 감상법이 생긴다.

첫번째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작품에 눈길을 두기보다 인물에 눈이 가니 진중한 작품감상에 방해가 된다. 이성으로서 끌린다는 뜻이 아니라, 젊음 그자체로서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두번째 사항은 평소에는 미리 공부(?)를 하는 편인데, 이번 전시회에는 그냥 갔다. 이 작가의 유화보다는 석판화와 에칭 작품을 보면서 더 눈길이 끌렸던 점은 각각의 작품마다 무언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나는 작품이 수수께끼처럼 작가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그림에 흥미를 느낀다. 그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는 재미를 주는 그림들이 재밌게 여겨진다. 물론 작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법이라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왜냐하면, 멋대로 내가 상상한 것과 작가의 본래 의도는 확연히 다를 수 있으니까.

세번째는 다작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고, 그 작가가 천착한 만큼 독보적인 예술의 경지에 오를 확률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피카소가 그랬고, 고흐가 그랬다. 물론 이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네번째는 미술관에서 파는 물건 중에는 그 전시회에 한해서 파는 물건이 있을 수 있고, 그런 물건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사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가는 것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억을 나의 뇌에 추억으로 저장하는 행위이므로 뮤지엄 샵에서 산 물건을 기억의 매개체로 삼을 수 있다. 기념품을 통해 그때 내가 갔던 공간의 공기, 냄새, 동행했던 사람,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누군가와 같이 갔을 때 많이 경험했던 내용인데, 나의 관심사와 그 사람의 취향이 다를 경우, 나의 감상법과 그 사람의 감상법이 다를 경우에 여러가지 곤란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좀 더 진득하게 작품을 보고 싶은데, 상대방은 저만치 앞서 가버린다든지, 반대의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미술관에는 될 수 있는 한 혼자가는 게 좋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가면, 서로 본 내용에 대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감상을 나눌 수도 있지만, 미술관은 알다시피 ‘절대침묵’의 공간 아닌가. 대개의 경우 그런 수다는 미술관을 나와서야 할 수 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몇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제는 혼자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미술관에 가곤 한다.

여섯째는 내 경우에는 여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갈 경우에는 먼저 한바퀴 휙 하고 돌아 본 뒤에 그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을 다시 한번 천천히 들여다 본다.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면서 그 가운데서 작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걸어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이 사람은 결혼을 안했구나, 그리고 상당히 고독하구나’라는 표면적인 느낌부터, 몇가지 안되는 색을 가지고 멋진 표현을 해 내는 것을 보면서 마치 2도 인쇄가 된 그림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작가의 연대기를 보면서 예술적 표현의 변화는 인생의 변화와 맞물린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어쨌든 가끔씩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평소의 루틴한 생활 패턴을 벗어나 미술관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안도 다다오가 말한 것 처럼 ‘창조적인 근육’을 단련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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