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오카리나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성방현 선생님 댁을 찾
아갔다.
성방현 선생님은 팬플룻과 오카리나를 국내에 소개하고, 그에 관한 책을
쓰시기도 한 분이다. 나는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오카리나를
구입하려고 마음 먹고 선생님께 편지를 드렸는데, 집으로 한번 찾아오라고
답장을 주셔서 약속을 정하고 가게 된 것이다. 창동 선생님댁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안계셨는데, 지금 오시고 계시는 중이라는 말씀을 사모님으로
부터 들었다.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중에 선생님이 오셨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카리나에 대해 뭐가 궁금한가요? 오카리나는 얼마나 불어보았나요?”
“음… 저는 오카리나에 대해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불
어본 적은 없답니다. 이번에 오카리나를 하나 구입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
니다. 그런데 먼저 조언을 듣고 싶어서 편지를 드렸던 것입니다.”
“아, 그랬군요. 나는 또 오카리나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네요. 그럼 잠깐만
요.(오카리나를 꺼내오신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악기를 가지게 되
면 (자신도) 좋은 연주를 할꺼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웬만한 악기
라면 다 제 음을 내게 마련이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는가에 따라 실력이
차이나는 거지, 악기만 좋다고 다 좋은 게 아닌데, 사람들은 어떤 악기가
좋네, 어떤 악기가 나쁘네라고 말하지요. 사실 쓸데 없는 논쟁인데 말이지
요. 그리고 정말 제대로 연주하려면 악기튜닝도 할 줄 알아야 하지요. 음이
틀리다면, 자기가 직접 음을 조정할 줄 알아야 연주자라 할 수 있지요. 소
지로(일본의 유명한 오카리나 제작 및 연주자)도 그가 만드는 악기가 누구
에게나 다 잘 맞는게 아니에요. 그는 바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악기를
만들어 낸 거랍니다. 그가 유명한 까닭은 그의 악기 때문이 아니라 곡때문
이지요. 그는 정말 곡을 잘 써요. 작곡을 기막히게 잘하지요. 그런데 사람들
은 그걸 모르지요.”
“그렇군요.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악기든지 그것을 연주할 수 있는 실력
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악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요. 꾸준한 연습이 중요하지요. 팬플룻만 해도 그래요. 조금 불줄
안다 싶으면 바로 ‘외로운 양치기’를 불려고 한다니까요.”
“후훗…. 제가 팬플룻을 좀 불었는데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알고 나서는
자꾸 앞질러 나가려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원래 한 곡을 반복해서 계속
연습하는 것이 필요한데 말이지요.”
“잘 아시네요. 바로 그게 악기를 배우는 자세지요. 한 곡을 되풀이해서 연
습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제가 팬플룻을 불고 나서 똑같은 곡을 음반으로 들려주니, 주위 사람들이
그게 같은 악기로 연주한 곡이 맞냐고, 어쩌면 소리가 그렇게 틀릴 수 있
냐고 그러더군요. 후훗”
“소리를 제대로 낸다는 것이 무척 힘들지요. 하지만 그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달라진답니다.”
“음… 사실 팬플룻은 너무 불기 불편하더군요. 일일히 취구를 움직여 주어
야 한다는 것이 말이지요.”
“하하, 불편한 것이 아니라 힘든 것이지요. 게다가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한데 때로는 고통스럽지요.”
“저는 고음을 내기가 무척 어렵던데요. 게다가 불때 웃는 입술 모양을 한
다는 것이 의식되서 자꾸 입술이 경직되곤 하거든요.”
“어렵지요. 그래서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 거랍니다. 보세요.(팬플룻을 들고
부신다) 이건 말이 필요 없어요. 어때요? 원래 연주는 힘을 들여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고음부도 마찬가지에요.”
“그렇군요.(감탄) 역시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부단한 연습과 끈기가 있어
야 하겠어요.”
“오카리나는 팬플룻에 비하면 쉬운 악기에요. 힘이 전혀 들지 않잖아요. 하
지만 이역시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렇군요.”
“음…. 선생님께서는 여러 악기를 다루신 것으로 아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많은 악기를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한가지 악기를 깊
이 있게 파고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악기라도 한가지 악기에 능통하게 되면 다른 악기를 다루는 것은 어
렵지가 않고, 다 마찬가지가 된답니다.”
역시, 우문에 대한 현답을 선생님께서는 해주셨다. 선생님은 이어서 오카
리나를 튜닝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밤이 깊도록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가 인터넷 이야기가 나와서 몇가지를 알려드리자, 도움이 많이 되셨다며
오카리나를 하나 꺼내시더니 직접 튜닝까지 하신 후 선물로 주셨다. 나는
“너무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연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연주하셨던
곡을 휘파람으로 불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니 점점 차오
르는 달이 한결 밝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 늘 즐거운 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