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전시회를 보고….

–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신화가 된다. –

안토니 가우디의 전시회에 오늘 갔었다.
지난번 날짜를 놓치고 후회했던 달리 작품전시회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일부러 오전 중에 회사를 땡땡이치고 세종문화회관에 갔다. 가우디는 이미 성가
족성당 등의 유명한 건축물을 통해 너무 잘 알려져 있는지라, 별다른 사전지식이
필요 없었다. 지난번 퓰리처사진 전시회때 썼던 글에 이야기했듯이 전시공간은
늘 성스러운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며
관람을 하는 관람객들 사이에 끼어 가우디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의
초기 스케치부터 후기의 석고모델에 이르기까지 전시공간은 짜임새있게 잘 배치
되어 있었고, 그가 가졌던 건축정신의 흐름을 찬찬히 짚어볼 수 있었다. 그는
자연의 모습을 인공적인 건축물 속에 내재되도록 하는 아주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지은 바뜨요저택이나 구엘공원, 까사밀라 등은 유연한 곡선 속에
자연의 모습이 툭툭 터져나올듯이 드러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 곳
곳에 있는 나선형계단, 타원형 아치, 장식성이 뛰어난 열주, 채광시 빛의 분산
을 고려한 천창 등 하나 하나가 얼마만큼 그가 자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는
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함께 간 아내에게 느낌을 물었다. 아내는 너무 놀
랍다는 말로 소감을 피력했다. 나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우디라는 한 인간을 만
나고 싶었는데, 부분적으로나마 그를 더 알게 되어 기뻤다.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며 한 인간으로서 지속적인 지향점을 가졌던 그에게 부러움과 존경심을 느꼈
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사라지고 그가 남긴 작품 속에서 우리는 그를 유추한
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신화가 되고,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구
별된 공간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가우디 전시회는 내일까지다. 장소
는 세종문화회관 전면쪽에 위치한 특별전시실이다. 오랜만에 지친 뇌를 상큼하
게 씻어내기에 좋은 전시회이다.
– 늘 즐거운 한빛.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To prove you're a person (not a spam script), type the security word shown in the picture. Click on the picture to hear an audio file of the word.
Anti-spam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