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그동안 컴퓨터가 없는 터라(486SX-25에 흑백LCD인 노트북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이
노트북은 워드와 통신 이외에는 거의 효용성이 없다), 나는 요즘, 돈을 모아서 컴퓨
터를 하나 장만할까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통신이나 인터넷에 들어가서
어슬렁거리며 부품 가격을 살펴보는게 일과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속을 다 드러내고 있는(그렇다고
요즘 나온 누드PC인 iMac은 아니다) 컴퓨터가 한 대 상점 옆 길가에 외로이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이 길로 다니지 않는데, 오늘은 어쩌다 그 길로
가게 되었다. 먼지가 잔뜩 싸여 있는 것을 대충 보니 286이나 386정도 되는 것 같은
데, 시디 롬 드라이브는 한켠에 따로 분해되어 있는 것이었다. 내심 음악이라도 들
을까 싶어 시디 롬 드라이브만 들고 집에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
니 시디 롬 드라이브에 전원을 연결하자면, 어짜피 파워서플라이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부품만 떼어내고 폐기처분할 생각을 가지고,
다시 그곳에 가서 먼지가 잔뜩 쌓인 컴퓨터를 낑낑거리며 들고 왔다. 들고 와서 대
충 걸레로 닦고, 먼지를 털고 보니, 286이나 386정도 되보이던 컴퓨터가 486DX2-50
인 것이다. 순간 흑백모니터인듯 싶어 두고 왔던 모니터가 떠오르는 것이었다(286이
라면 모를까 486에 흑백모니터 쓰는 사람은 없다). 아까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왔다
갔다 하시던데,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두근거리며, 다시 그 자리에 가서보니, 모
니터는 애절한 눈빛으로 왜 이제 오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다. 날은 차차
밝아 오는데, 마침 가게 문을 여는 그곳 주인을 만나서 모니터도 가져가도 되는지를
물었더니, 흔쾌히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집으로 가져 왔다.
물로 닦고, 연결이 풀어진 곳을 잇고 나니 괜찮아 보였다. 사운드 카드도 이미 달려
있기에 하드디스크만 중고로 몇만원짜리를 사고, 두목이 준 모뎀을 달고, 마우스를
하나 붙이고, 지난번 후배가 업그레이드하며 남았다고 준 메모리를 달아주고, 전에
사 두었던 보안경을 달고, 리눅스를 깔아 사용하면 아주 괜찮은 컴퓨터가 될 것 같
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주 값진 선물을 받은 셈이다. 후후훗. Thanksgiving!

🙂

– 늘 즐거운 한빛.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To prove you're a person (not a spam script), type the security word shown in the picture. Click on the picture to hear an audio file of the word.
Anti-spam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