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고르다.

침대,
아, 꿈에 그리던 이름이여.
그렇다. 침대, 결혼을 하면 당연히 침대를 살 것이라 희망에 부풀었건만.
불행히도 나는 침대를 싫어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
아내는 유달리 침대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침대 그거 자리만 차지하고, 애가 태어나면 방이 좁아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니 아예 안사겠다.”는 태도를 줄곧 가져왔다.
음… 그렇게 십년 넘게 이불을 깔았다 갰다 하며 지냈다.
그러나 세월엔 장사 없는 법.
아내는 이사를 오면서 조금 마음이 바뀌었나보다.
“침대를 하나 들여놓을까?”
나는 관심 없는 듯, “그러셔”라고 했지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침대에 대한 뜨거운 로망을 억누르느라 표정관리가 어려웠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도 침대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지, 잘한다 얘들아. 캬캬캬’
그래서 물색에 들어갔는데, 소파를 까다롭게 골랐던 아내이니만큼 이번에도 침대를 고르는 아내의 원칙이란게 있었다.
첫째, 원목일 것.
둘째, 중간에 갈비살처럼 되어 있는 것은 안 됨. 즉, 촘촘한 평상형태여야 함.
셋째, 수납형 서랍이 있어서 옷을 최대한 수납할 수 있도록 할 것.
나는 위의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는데다 최대한 경제적인 침대를 고르느라 눈이 뻘겋게 충혈될 정도로 검색에 몰입했다.
그래서 세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침대를 찾았으나 아내는 싫다는 것이다.
“왜?”라고 물으니 수납하는 서랍의 깊이가 침대너비의 절반밖에 안되니까 그렇단다.
“네, 마님”
다시 검색.
“이건 어때요?”
“프레임이 너무 약해 보여, 그리고 이런 거 말고 침대로 썼다가 나중에 침대를 안쓸 경우, 평상으로도 쓸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침대 헤드, 발밑 헤드가 없는 것이 좋아.”
“네, 마님”
“이건 어때요?”
“음, 다 좋은 데 중간에 받침이 없어 약해 보여.”
그렇게 “어때요, 안돼”를 반복하다가 결국 찾은 것이
아래 사진의 침대이다.

bed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고정되지도 않고 마음대로 풀렀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침대, 마눌님의 모든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침대.
나는 이 침대를 발견하고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외쳤다. “바로 이거야.”
마눌님에게 재가를 받고 주문을 마쳤다.
“그럼 이제 우리 것도 같은 걸로 함께 주문 하면 되지?”하고 물어보니,
“우리껀 좀 생각해보자.”
“잉?”
“좀 나중에 생각해보고 사자고.”
음….. 그렇다. 나는 한가지 대명제를 잊고 있었던 거다.
[아내는 침대와 친하지 않다.]
이제 이 명제는 이렇게 바뀌었다.
[아내는 절대 침대와 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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