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스 신화 속의 주인공은 모두 영웅들이다. 그들은 특별한 힘을 신으로부터 부
여받고, 특별한 인생의 임무를 수행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극
복하고 특별한 일을 해낸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는 범부나 필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영웅중심의 세계관을 영웅주의라고 한다면, 서양의 양대 철학적 기조를 이루
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가운데 헬레니안적 영웅주의는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오
늘날의 서구의 영화(특히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그 원형을 추출해 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상영중인 영화 X-files에서는 멀더와 스컬리라는 두 영웅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학벌, 경력, 직업등에서 영웅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정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수많은 적들과 대결하며 고난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
에서도 영웅신화의 모델들로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X-files의 스컬리와 멀더는 서
로 상호 보완적 존재이라는 점에서 결코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이 없다. 이
점이 헬레니안적 영웅주의와는 다른 점이다. 물론 헬레니안적 영웅들도 타인으로부
터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그들의 모험은 대개의 경우 독자적인 경우가 많다. X-file
s의 주인공인 멀더와 스컬리는 극중에서 대개 동등한 극적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멀더가 직관력에 의존해 행동하는 반면 스컬리는 이성적 판단력에 의존
하는 경향을 가진다. 이러한 차이가 위험에 빠지는 어느 한쪽 편을 다른 쪽이 구해
낸다는 플롯을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멀더, 저에요.”, “스컬리, 어디 있어요
?”라는 대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인물설정에 근거한 대사로 거의 모든 X-files 시리
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사인 것이다. X-files에서 그리는 영웅의 모습은 결코 끝
나지 않을 음모의 한가운데서 고독하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라고 읊조리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해결점을 지향하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그에 보응하는 상급을 받는 헬레니안
적 영웅의 모습과는 많은차이를 가진다. X-files에서 진실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다. 다만 진실에 근접할 뿐이다. 이러한 비완결성 때문에 X-files시리즈는 계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X-files시리즈의 기본적인 구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음모이론이다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
있으며, 이를 은폐하려는 음모가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영화 ‘컨스피러시’의 주인공
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쉽게 예로 들 수 있다(궁금하면 영화를 보시길). 즉, 어떤
사실에는 이면이 있으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이 사실로 밝혀지지 못하게 하는
데는 정부나 비밀조직의 방해와 조작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태동하게 된
원인은 미국인들이 케네디암살, 워터게이트, 로스웰 사건 등을 거치면서 ‘사실은 사
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고를 가지게 된데 기인한다. X-files는 바로 이러한 음모
론의 시각을 견지하며, 극을 진행해 나간다.
X-files에서는 등장인물중 주인공들은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뚜렷하기 때문에,
X-files시리즈를 많이 본 사람의 경우에는 특정 인물이 등장하면 곧 어떤 사건이 일
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인물과 사건이 병치되며 대
표화하는 모습을 가지는데, Cigarette-Smoking Man(등장시 줄곧 담배를 피워댄다는
점에서 붙은 별명)=음모, 스키너 부국장=조력자;변론자, 크라이첵=암살;이중첩자 등
이 그 예이다. 물론 예외에 해당되는 성격자체가 모호한 인물들이 부지기수로 등장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영화 X-files을 살펴보자. 영화 X-files는 TV 시리즈가 다뤄온 주제
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의 스케일 면에서 보다 큰 면모를 보
인다. 이제 권력협회는 미국 내에 국한된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네
트웍으로 형성된 단체임을 말하고 있으며, 멀더와 스컬리의 행동반경도 더욱 넓다.
영화의 시작은 기원전 35000년에서 시작되며, 현재에서 끝난다. 영화의 부제인 Fi-
ght The Future’처럼 영화는 멀더와 스컬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극한적 투쟁을 그린
다. 영화 속에서 스컬리는, 멀더와 떨어뜨리려는 상부의 압력을 받게 되고, 스컬리
에 대해 다분히 의존적인 멀더는 그녀에게 진실을 밝히는 일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
을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사건의 진행 뒤에…..
Scully: I told OPR everything I know. What I experienced, the
virus, how it’s spread by the bees from pollen in transgenic
crops.
Mulder: You’re wasting your time, Scully. They’ll never believe
you, not unless your story can be programmed, categorized, or
easily referenced.
Scully: Then we’ll go over their heads.
Mulder: [shaking his head] No. No. How many times have we been
here before, Scully? Right here. So close to the truth and now
with what we’ve seen and what we know to be right back at the
beginning with NOTHING.
Scully: This is different, Mulder.
Mulder: No it isn’t. You were right to want to quit. You were
right to want to leave me. You should get as far away from me as
you can! I’m not going to watch you die, Scully, because of some
hollow personal cause of mine. Go be a doctor. Go be a doctor
while you still can.
Scully: I can’t. I won’t. Mulder, I’ll be a doctor, but my work
is here with you now. That virus I was exposed to, whatever it
is, it has a cure. You held it in your hand. How many other lives
can we save? [pauses] Hey.
[Scully grabs Mulder’s hand and holds it]
Scully: If I quit now, they win.
영화판 X-files를 보면서 하나의 장르로서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했
다. 물론 어느 영화에서나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단점을 논한다면 끝이 없을 것
이다. ‘에일리언’에서 다분히 차용한 듯한 외계인의 번식방법이라든지, 바이러스가
하나의 개체로 변이한다는 점과 같은 개연성 없는 설정(하긴 우리들도 몇 미크론에
해당되는 세포한 조각으로부터 복제할 수 있기는 하지만) 등이 그렇다. 하지만 자신
이 X-phile(X-files의 팬)이라면, 기대하고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영화
가 이렇다 저렇다하는 내용에 대한 평가는 직접 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X-files
의 유명한 대사처럼….. “Trust no one.”
– 늘 즐거운 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