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어떤 눈이 큰 아이 이야기

어떤 나라에 눈이 큰 아이가 살고 있었데요.
눈이 큰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눈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아이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점차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아무도 그 아이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가 있는 이상, 어떠한 거짓스러운 마음도 다 드러나고 말았기 때문
이었지요. 결국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 아이를 자신들이 사는 나라
밖으로 내쫓았답니다.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그 나라를 떠났습니다.
아이가 떠나자 다시 사람들은 예전과 같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즐기며
살았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자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렸
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떠난 뒤로는 아무도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답니다. 아무리 대화를 나누어도 마음이 통하지 않고
자꾸 오해만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서
다툼이 일어나고, 서로 원수시하고, 심지어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말았답니다. 그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왜 갑작스레 이런 일이 일어나
는지를 궁금하게 여겼어요. 그래서 나라에서 가장 현명한 현자를 불러
그에게 물었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말이죠.
그 현자는 잠시 침묵을 하더니 “이 일들과 관련하여는 말씀을 드리는 것
보다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제게 시간을 좀 주십시오.”라고 말
을 했답니다. 임금님이 “그래 얼마나 시간을 주면 되겠소?”하고 물으니 현
자는 “삼일동안이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허락했고, 현자는 집
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자는 집에 돌아가서 그가 항상 깊은 생각에 잠길
때 바라보던 수정구슬을 보다가 뭔가를 깨닫고 집을 나섰습니다.
삼일 후 현자는 그가 말했듯이 왕 앞으로 갔답니다. 현자는 긴 망토를
둘렀고 그의 손에는 수정구슬이 들려 있었는데, 보통 수정구슬과는 달리
안개가 낀 것처럼 탁하고 뿌연 수정구슬이었습니다. 그는 왕궁 중앙에
탁자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수정구슬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곤 창문
을 열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람들은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
는지 잔뜩 긴장한 상태로 현자의 행동을 하나 하나 따라가며 눈여겨 보
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의 부탁대로 창문이 열려 따뜻한 햇살이 그대
로 수정구슬 위에 비춰졌습니다. 왕과 많은 사람들이 그 구슬을 바라보고
있을때, 뿌옇게 안개가 낀 수정구슬은 창문을 통해 비친 햇살을 받아 점
차 맑게 변해갔습니다. 그리곤 그 구슬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점차 그 사람의 모습은 뚜렷해졌고,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소리쳤습니다. “저건 그 아이잖아”라고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수정구슬에 나타난 아이는 다름아닌 모두의 미움을 받고 나라 밖으로 쫓
겨난 눈 큰 아이였답니다. 수정구슬에 비친 눈이 큰 아이는 무척 슬픈 얼
굴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현자는 그때부터 찬찬히 모든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쫓아낸 아이는 바로 우리의 양심이었다고.
우리의 거울이었다고. 양심이 사라진 후에는, 자신의 모습을 비출 수 있
는 거울이 사라진 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우리는 그동안 양
심없이 살아왔다고, 그러면서도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자기들이 한 일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뉘우치는 행동이었습니다. 왕
조차도 고개를 숙였고, 그의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기까지 했
습니다. 잠시동안 말이 없던 현자는 모든 뉘우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
기 했습니다. “자아, 다들 여기를 보십시오.” 그리곤 천천히 그의 긴 망
토의 옷깃을 열어젖혔습니다. 현자가 망토를 다 열어젖히자 거기에는 예
의 눈 큰 소년이 수줍게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가 먼
저랄 것 없이 모두 그 아이에게 다가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
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눈이 큰 아이는 “저는 이미 모두를 용서했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를 붙들고 껴안고, 볼을 부비며 아이가 돌아온 것을 진
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사람들은 잃어버렸던 기쁨을 다시금 되찾았고, 그때부터 그 나라에는 열
흘동안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온
그 날을 기념하여 ‘양심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다들 정직한 마음으
로 이웃을 사랑하며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며 살
아가기 시작했답니다. 그리하여 아이가 돌아온 이후로 다시 왕국은 행복을
되찾았고, 더욱 더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답니다.

– 늘 즐거운 한빛.

ps. 1996년 10월 16일 새벽에 써둔 짤막한 글을 1999년 5월 27일 새벽에
다듬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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