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 1 –

어느 별이 반짝거리는 밤이었습니다.
‘나는 바닷가에 뒹구는 수많은 돌멩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푸른 바닷물이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돌멩이 하나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구상의 수천억 아니 수천조, 수경개의 돌멩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구’
돌멩이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뭐가 될 수 있겠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돌멩이는 쓸쓸하게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다만 물결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 불과해’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 아주 멀리 반짝이던 별이 그의 눈앞에 내려왔습니
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빛을 돌멩이 위에 비추며 그에게 마음으로 말을 전
해왔습니다.
‘너는 아직 네가 어떤 돌멩이인지 모르고 있구나. 너는 어찌 보면 평범한
돌멩이일지 모르지. 하지만 언젠가 너는 너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될꺼야.’
돌멩이는 그 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까?’
날이 밝아올 때까지 별은 아무 말 없이 빙긋이 웃으며 돌멩이 옆에 떠 있었
습니다. 별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럼 그렇고 말고.’

– 2 –

아침이 밝아오자 갈매기들이 물결위를 스치며 낮게 날고 있었습니다. 돌멩
이가 있던 그 바닷가에는 예쁜 무늬를 가진 조개가 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조개들은 보통은 뻘 깊이 숨어 있다가 가끔씩 숨을 쉬기 위해 파도가 밀려
오는 뻘 위로 올라오곤 한답니다. 그날도 조개는 숨을 쉬기 위해 뻘 위로
올라왔답니다. 조개가 있는 힘껏 숨을 맘껏 들이키고 있는데 갑자기 파도가
밀어닥쳤습니다. 그 힘차게 밀어닥친 파도에 예쁜 무늬를 가진 조개는 그만
작은 돌멩이 하나를 삼키고 말았답니다. 조개는 졸지에 당한 일이라 너무
놀라서 연신 딸꾹질을 해댔답니다. 그러나 돌멩이는 조개의 살 속 깊이 박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조개는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런데 그 울음
소리를 듣고 때마침 하늘을 날던 황새 한마리가 내려오기 시작했답니다. 조
개는 큰일났다 싶어 재빨리 뻘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뒤늦게 뻘 위에 내려
앉은 황새는 몇번이고 부리를 쪼아 보았지만 조개를 찾아낼 수 없었답니다.
뻘 깊숙이 자리잡은 조개는 속으로 아픔을 삭이면서 며칠간 묻혀 있었습니다.
그동안 몇번이고 기침을 해보았지만 한번 박힌 돌멩이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
습니다. 조개는 할 수 없이 돌멩이를 삼킨채 지낼 수 밖에 없았습니다. 그런
데 처음에는 견딜 수 없이 갑갑하던 것이 보름이 지난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
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한달이 지나면서 조개는 몰랐지만 그의 몸에서는 조
그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돌멩이는 조개가 들이마신 바닷물에 씻
기면서 점차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너무 미미해서 조개가 느낄 수
는 없었지만요.

– 3 –

돌멩이는 별을 본 그날 아침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정신없이 뒹굴
다가 물컹하는 느낌과 함께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돌멩이는 이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씩 캑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멩이는 한번도 겪어 보지 않은 두려움을 느
끼고 너무 무서워서 몸을 움추렸습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는 시간 가운
데 돌멩이는 부드러운 액체가 자기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액체는 돌멩이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신의 몸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끼며 돌멩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돌멩이의 잠은 아주 깊은 것이어서
그 후로 몇년간을 깊은 잠에 빠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 4 –

몇년이 흐른 후 그 바닷가에 사는 어부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배를 바
다에 띄우고 있었습니다. 그의 머릿 속에는 온통 집에서 앓고 있는 아이 생
각 뿐이었습니다. 그의 아이는 성홍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습
니다. 그는 아주 가난한 어부로 지금까지 오직 고기만을 잡아 가족을 부양
하던 사람이었답니다. 그는 아주 가난했기에 그의 형편으로는 아이를 병원
에 입원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는 몇차례 아이를 안고 병원에 찾아갔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간단한 치료밖에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부는 그 일이
생각나서 흘러내린 굵직한 눈물을 투박한 손으로 훔쳐내고는 배에 올라탔습
니다. 며칠동안 풍랑이 심해서 배를 띄우지 못했던 그는 아직도 풍랑이 제
법 일어나는 바다 한가운데로 노를 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바람이 잦아져서 배를 띄우게 되었구나.
부디 고기가 많이 잡혀야 할텐데…..’
바다로 나아가는 그의 머릿속은 고기를 가득 잡아서 그것을 판 돈으로 어서
빨리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습니다.

– 5 –

그러나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 갈 때까지 어부는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여러번 그물을 던졌지만, 번번이 그물은 텅 빈 상태
로 거둬질 뿐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도 답답해서 그물을 끌어 안고 어깨를
들먹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부의 마음 속에 이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물을 던져라.’
어부는 그 음성에 의지해서 그물을 힘껏 던졌습니다.

– 6 –

풍랑이 심하게 이는 동안 뻘이 뒤집히는 바람에 조개는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닷 속으로 끌려들어갔습니다. 몇차례의 요동으로 조개는 더 깊은 바닷 속
으로 곤두박칠치기도 하고 다시 윗쪽으로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몇번의 가라
앉음과 솟구침이 너무나 심한 충격을 주었기에 조개 속의 돌멩이는 잠이 깨
고 말았습니다. 돌멩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곧이어 몸 전체가 하늘로 들리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7 –

“달그락”
어부는 그물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가 끌어올린 그물에는 그
가 상상했던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 대신, 손바닥만한 조개 하나만이
들어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서 그는 아무말 없이 노를 저어
해변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한다?’
뭍에 다다른 가난한 그 어부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배를 뭍으로 끌어올려 묶어
놓고 그물을 열어 조개를 꺼냈습니다. 그리곤 주머니칼을 꺼내서 조개껍질을
열어 제쳤습니다.
한순간 어부는 자신이 뭔가 잘못 본게 아닌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가 조개 가운데 놓여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그는 정신없이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 8 –

조개속에 들어있던 진주 덕분에 어부의 아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
게 되었고, 다시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바닷가에서 자신을 하찮은 존
재라고 생각하던 돌멩이가 결국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 것이지요. 그날밤
돌멩이는 생각했습니다. ‘나도 가치있는 존재였구나.’

– 늘 즐거운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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