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애드벌룬같이 부풀어오른 배를 가진 아내와
나는 영화를 보러 갔다. 무슨 영화를 볼 것인지는 아내에
게 고르라고 했다. 모처럼 만의 외출이어서 아내는 연신
방긋거린다. 이윽고 종로3가, 지하철에서 올라오며 아내
는 혹성탈출과 파이널 판타지 중에서 뭘 볼까 궁리하다가
파이널 판타지를 보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모두 구할
수 있는 영화들이지만 큰 화면으로 보는 것도 좋을 듯 하
다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으로 향했다. 3시 표를 끊고 요
기를 하기 위해 근처 드림 팔리스인가 뭔가 하는 곳에 가
서 아내는 물냉면, 나는 설렁탕을 한그릇씩 뚝딱 먹고선
남는 시간동안 윗층엔 뭐가 있나 보러 올라갔다. 2층은
평범한 매장, 3층은 공사중…. 4층에 올라가보니 게임센
터가 있었는데,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뱃속의 아기가
마구 움직이는 것이었다. 특히 드럼을 마구 쳐대는 곳 앞
을 지날 땐, 아기 입장에선 고문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불쌍한 베이비…. 나중에 태어나서 따시고 들면 어쩌지?)
이리저리 둘러보니 음…. 할만한 게임이라곤 Brave Fire-
Fighter라는, 불난 집에 들어가 부채질이 아니고, 소방호
스로 물뿌리는 게임 뿐이었다. 남는 게 시간 뿐인 우리들
은 한판 하자고 동전을 넣고 열심히 불을 껐는데, 다 하고
나니 손목이 얼얼했다. 실제 물을 뿜는 것처럼 효과를 내
기 위해 장치된 기계의 진동 때문이었다.
이후 후다다닥 바깥에 나와 극장까지 이동, 영화를 봤다.
영화는 괜찮았다. 어떤 평자는 스토리가 약하다고 했는데
그만하면 무난했다고 본다. 만화가 아닌 이상 지나친 기대
(가령 주인공이 부활한다든가….)는 피하는 것이 좋지 않
을까? 만약 헐리우드 실사영화였다면, 키스한번으로 깨어
났을지도….. 흠… 어찌되었든 CG면에서는 피부의 질감
에 신경쓴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컴퓨터그래픽과
실사의 경계를 허물기는 부족한 듯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그래픽의 수준을 볼 때 제작진들이 3년동안 고생 많이 했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것
은 명료한 발음이었다.(아키역을 맡은 밍나의 목소리는 나
중에 알고 보니 뮬란의 목소리였다! 오호호… 그랬군…)
영화를 보고 나서 인사동을 어슬렁대다가 전통 찻집 ‘나누
는 기쁨’에 들어갔다. 아내와 처음 만난 장소다. 마침 그
날 천리안 역사동호회의 정기모임이 6시에 열리는 지라 마
주 앉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기다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다음날 인도로 답사여행을 떠나는 팀이 답사
지를 나누어주었다. 비행기 티켓은 70만원대에 마련했다고
한다. 총 경비는 개인당 110~130만원정도…. 인도 중부지
방을 돌고 올 거란다. 이윽고 사람이 다 모여 밥집을 정할
무렵, ‘사과나무’에 한번 가보자고 내가 꼬셨다. 모두 순
진한 탓에 내 꼬임에 넘어가 ‘사과나무’에 가서 해물덮밥,
달밥, 쇠고기비빔밥을 먹었는데 해물덮밥을 시킨 옆사람이
이건 해물덮밥이 아니라 양파덮밥이라고 했다. 다른 한 사
람은 자기 입맛에는 안맞는다며 꿍시렁댔다. 음.. 속으로
적잖게 찔렸다. 하긴 얼핏 보면 개밥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
맨 처음에 누른 밥처럼 생겼다고 말은 했지만서두……..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면 먹는 것 정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오면서 한 분이 그 집 나무 밥그릇이 탐나더라고
하긴 했다.
다음 코스로 SK빌딩 지하에서 칼라 맥주를 마시며, 패퍼민
트 맥주를 소독약 맛이다. 가그린 맛이다 갑론을박하며 5백
쯤 마시고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서 맘껏 목을 풀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부어오른 아내의 발을 열심히 마사지
해주었다.
……………………………- 늘 즐거운 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