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 1 –

아내는 요즘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열심이다.
종로에 있는 ELS에 다니는데, 아내가 학원을 7월부터 다녔으니
5개월째인 셈이다. 아내는 어느날 내게 학원을 다니겠다고 말했다.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기왕이면 좋은 곳에 다녀보라며 ELS를
추천했고, 아내는 곧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첫달이 지나고 두번째
달 등록을 할 무렵 아내는 학원에서 13일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원비를 대신해준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학원비
는 걱정하지 말라고, 보수도 없는 그런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했지만, 아내는 지금 달리 일하는 것도 없는
데 뭐 어떠냐고 말하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내는 오전 9시
까지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일하고, 6시부터 9시까지 강좌를 듣
고 집에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10시. 나는 그보다 늦은 12시가
통상적인 퇴근시간이다. 연구원에서 집까지 1시간 반이 걸리기 때
문이다. 나는 다음날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8시 반이 출근시간
이기 때문이다. 어쨋든 아내는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 재미에 산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월말에는 성적표
를 받아와서 내게 보여주며 웃는다. 내가 “잘했네~”라고 하면 “잘
했지?”하며 낄낄거린다. 나는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다.

– 2 –

지난 11월 12일, 우리집에 식구가 둘 더 늘었다. 그들은 분홍색
플라스틱 박스에 사는데, 주식으로 햄버거를 먹고 특히 새우를
좋아한다. 그들은 아내가 스물 네살 쯤일때 죽서 문화제라는 지
역 축제에서 처음 만나게 되어 3년동안 같이 지내다가 아내가 서
울에 올라오게 되면서 헤어졌는데, 이번에 어머니가 데려가라고
하셔서 서울로 데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물속을 유유자적
누빌때나 여기저기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참 귀엽다는 생
각이 든다. 나는 처음 그들의 집을 청소해주고, 그들의 등을 긁어
주는 것이 귀찮았는데, 지금은 나름데로 재미가 있다. 이쪽 저쪽
살펴보는 것도 괜찮고, 가끔씩 뒤집어 배를 닦아 주는 것도 재미
있다. 아내는 그들을 부를때, 마치 자식을 부를 때처럼 “얘들아~”
라고 부른다. 요즘은 겨울이라서 햄버거는 거의 먹지 않지만, 큰
놈은 그나마 새우를 덥썩덥썩 먹어치운다. 나는 오늘도 바둥거리는
두 놈을 들어 세면대 위에 올려놓고 집청소를 하는데 그 중 작은
놈이 의뭉스런 눈을 껌뻑이며 “여기는 어디야?”라고 말하는 소리
를 들었다. “어디긴 어디야, 세면대 위지.” 다른 한 놈이 제법 어
른스럽게 대답을 한다. 난 열심히 플라스틱을 닦는 체 하며 그놈
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야, 근데 우리 집 말야 너무 좁지 않니?”
“응, 좁지, 이거 어디 갑갑해서 살겠니? 좀 움직여 볼까하면 벽
이 턱하니 가로막혀 있잖아.”
“맞아, 나도 여길 벗어나 볼까 해서 기를 쓰고 벽을 타고 올라볼
려고 하는데, 번번이 미끄러지고 말땐 미치겠단말야.”
“야, 우리 여길 떠나자, 언제 날 잡아서 사라지는거야.”
“어떻게?”
“우리를 운동시킨답시고 집에서 꺼내놓을때 기회를 봐서 도망치
자구.”
“근데 어디로 가지?”
“음… 글쎄, 그래 바다로 가자.”
“바다가 여기서 얼마나 먼데….. 바다로 가자고 하냐?”
“음… 그럼 어떡하지?”
“그러지 말고 우리 데모를 하는건 어때?”
“데모라고?”
“그래. 쟤네들이 잘 때 벽을 기어오르는 거야. 계속 딸그락거리면
한번쯤 와서 볼테고, 생각이 있다면, 우리가 왜 그러는지 알겠지.”
“야, 거 좋은 생각이다. 그럼 우리 오늘 한번 기어올라보자.”
나는 그 말을 듣고, ‘시간이 좀 나면 종로에 나가야 겠군’하고
생각했다. ‘편안한 수면을 보장받기 위해, 이놈들을 팔아버릴까’
라고 생각했다면 거짓말이고, 종로에서 아크릴로 새 집을 짜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 3 –

내가 예전에 모시고 있던 교수님 중 한 분은 산이라면 쳐다보기
도 싫고, 바다라면 발담그기도 귀찮아하는 분이셨다. 나 또한
기회가 없으면 운동을 안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지냈는데, 이번
에 정기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체지방이 한계치보다 1.5%가 더
나오는 바람에 ‘경계’판정을 받았다. 그 사실을 선배에게 이야기
했더니 당장 같이 수영을 하자는 것이다. 그 선배는 날마다 테니
스를 하고, 거의 하루걸러 탁구에, 농구에 야구에 롤러브레이드
를 즐기고, 주말에는 암벽등반을 하는 선배인데, 얼마전에는 150
만원을 들여 로드용 자전거를 샀던 선배였다. 나는 선배가 자전
거를 150만원에 샀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며, 미쳤냐고 했더니,
그 선배 왈 “결혼하기 전에 사야지, 결혼하고 나면 못사거든.”
나 왈, “그러니까 결혼을 못하지.”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선
배 얼마전 동아일보인가에서 주최하는 하프마라톤에 나가서 완주
하더니, 인터넷에서 등수를 확인하고는 허탈해 했다. 6,70먹은 할
아버지들이 1시간 반에 들어오더라며, 자기는 2시간 30분이 뭐냐
면서…. 뭐 어쨌든, 그 선배가 안양에 있는 수영장에 데리고 가
면서 “너는 나를 만났다는 것이 인생에 큰 전기를 가져온 것이야”
라며 수영강습을 받으라고 꼬드겼다. 맨처음에는 복싱 도장에 데
려가서 “복싱을 하면서 땀을 빼고, 그 다음에 수영을 하는거야.
어때?”라며 복싱도 같이 하자는 거다. 후훗. 뭐…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당위성은 생긴 셈이고,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근데, 시간이 나야 말이지.

– 늘 즐거운 한빛.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To prove you're a person (not a spam script), type the security word shown in the picture. Click on the picture to hear an audio file of the word.
Anti-spam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