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자이로드롭

지난 토요일 아침 쉬는 날이어서 좀 느긋하게 자볼까 했는데, 아내가 나를 깨우더니
롯데월드에 가자는 것이다. 참고로 내 아내는 놀이기구 광이다. 특히 롤러코스터 광
이다. 청룡열차? 눈에도 안찬다. 혜성특급? 피식 웃는다. 적어도 에버랜드에 있는
독수리요새정도쯤 되어야 헤벌쭉 웃는다. 3년전인가 11월달에 에버랜드에 갔을때 독
수리요새가 동절기 점검관계로 운행하지 않는 것을 보고 통탄을 금하지 못했던 아내
다. 그 이후 에버랜드에 갔을때 한풀이 하듯이 독수리요새를 3번이나 타는데, 솔직
히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바이킹도 가장 끝자리만 고집하는 아내는 우리나라 최
고의 바이킹이라는 월미도 바이킹을 탔을 때도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안전손잡이가
덜컹거리는 공포와, 바다와 땅이 어느순간 휙 뒤집히며 거꾸로 되는 것을 보면서 멀
미를 느꼈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땅에 내린 후 첫 일성이 “한번 더 타자!”였다.
얼마전 놀이공원을 만드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는 오락을 구해서 해보라고 했더
니 3일동안 별별 게임기구를 다 만들어 내곤 흐뭇해 하는 것을 보았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내가 보기에도 해볼만한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심시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놀이시설등을 지어놓으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꺅꺅대고, 깔깔대고, 즐거워하
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각설하고, 아내는 롯데월드에 가기 싫어 미적대는 나를 토끼몰듯 몰고 나가 드디
어 잠실에 도착했다. 시간은 12시경, 기억해보자. 지난 토요일 어땠는가? 하늘은 잔
뜩 흐려 곧 비가 내릴 듯 먹구름이 낮게 깔리지 않았던가? 아내는 실내에서 번지점
프라는 드롭핑 머신을 타더니, 비가 오기 전에 실외에 있는 자이로드롭을 타야겠다
며 나는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자이로드롭,,,,,,,,, 꼭대기를 올려다 보니 목이 아팠다. 아내는 나를 보며 다짐
하듯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난 짐짓 내색을 하지 않으며 “무섭긴… 뭘~”…. 속으
론 무지 무서웠다. ㅠㅠ; 차례를 기다리는데 한 십오분 쯤 기다렸나? 닭똥같은 눈물
아니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무발짝이면 자이로드롭을 탈 수 있는데,
그냥 물러서자니 아까웠다. ‘그래 비오면 어떠냐. 타고보자.’ 결심했는데, 비는 거
의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물같았다. 비가 이대로 계속오면 자이로드롭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방송이 나온 뒤에 두번째로 우리가 타게 되었다. 안전바를 내리고,
리프트는 서서히 우리를 70m 높이로 끌고 올라갔다. 장대비를 맞으며 척척하게 젖어
오는 엉덩이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비가 와서 사방이 뿌옇게 가려진 가운데, 석
촌호수도 보이고, 점점이 아래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생각하는데, 빙그르르 돌던 것이 멈추더니 악~~~~~~허걱, 이게 뭐야! 소리지
를 틈도 주지 않고 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안전바를 올리고 내리는데, 아내 왈,
아니나 다를까 “또 타자!!!!!!”
그날 나는 한번 더 자이로드롭에서 몸을 던져야 했고, 속옷까지 흠뻑 젖은 몸으로
저녁 11시까지 롯데월드를 돌아다녀야 했다. 아내는 폐장시간에 나오면서 본전을 못
뽑았다며 아쉬워 했다. 아내가 탄 놀이기구 수는 14개였다.

– 늘 즐거운 한빛.

PS. 듣자하니 처형은 아내보다 더 놀이기구를 즐기는 듯 했다. 하루에 자이로드롭을
일곱번 탔다고 한다. 무서운 가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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