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가을이 왔습니다.
아직은 제법 덥지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이 간간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창문가에 놓아둔 파키라의 연두빛 잎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구름은 낮게 하늘에 드리워 있습니다.
나단 밀스타인이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힘차게 울려퍼지고 있는 방안에서 글을 씁니다.
달력을 떼어내며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릴적 장독대 위에 올라가서 둥그렇게 만개한 달을 바라보던
것이 생각납니다.
도시의 하늘에도 달은 여전히 뜨겠지만 밝기는 어릴적 보았던
달만 하지는 못하겠지요.
오늘 오전에는 인사동에 가서 다기를 샀습니다.
3개의 찻잔이 딸려 있는 다기였지요.
이조 백자처럼 하얀 색 찻잔에 오늘 저녁부터는 차를 따라
마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릿하네요.
그제 본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마지막 장면을 자꾸 머릿 속
에서 되감아 봅니다.
햇빛을 받아 상아색에 가깝게 보이는 나뭇잎들과 바람에 흔들
리는 수풀들이 떠오릅니다.
그 사이를 달려가던 주인공의 모습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실없이 빙긋 웃어봅니다.
오늘 밤, 달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옆사람의 손을 꼭 쥐어보세요.
다들 행복하시길.
– 늘 즐거운 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