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는 오랜만에 북마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L씨가 북마크란게 생성/성장/소멸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느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L씨는 인터넷에서 북마크를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을 찾던 중 AM-DeadLink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북마크 링크가 끊어지거나 변경된 부분을 체크하는데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늘 L씨는 거의 몇개월 만에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체크해나가던 중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lycos.co.kr로 시작하는 홈페이지의 연결이 모두 끊겨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lycos.co.kr을 눌러보니 2004년부로 서비스가 daum.net으로 통합되었다는 내용이 잠시 뜨고 daum.net 화면이 뜰 뿐 기존 홈페이지가 어디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으로 합병되었다면, 원래 운영하던 홈페이지들은 어딘가는 남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잠시 L씨의 뇌리를 스쳤지만, 원래 홈페이지 서비스(미니홈피는 논외)를 운영하지 않는 다음에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홈페이들과 그 속에 쌓였던 정보들은 홈페이지 개인 운영자의 하드속에 백업되어 있을 뿐이란 건가.
원래 있던 홈페이지의 흔적을 찾다가 지친 L씨는 lycos.co.kr로 시작되는 홈페이지들을 하나 하나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정성을 쏟아 하나 하나 쌓아올린 탑이 풍화에 사라져가듯이 홈페이지 주소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이런 대형 포탈의 홈페이지는 개인홈페이지의 ‘어느 주소로 이전합니다’라는 홈페이지 이전안내 내지는 주소변경 안내도 없이, 흔적도 없이 회사의 흥망에 따라 공중분해되는구나 라고 L씨는 생각했다. 순간 과거 interpia의 악몽이 다시금 떠올랐다.
또 다시 끊어진 링크들을 점검하던 L씨는 네오얼리를 서비스하던 neoearly.Mym.net도 2005년 6월부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L씨에게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몇가지 중에 하나를 마음 편히 선택할지도 모른다.
1. 모든 정보를 갈무리한다. 정보의 소스가 사라지더라도 그 정보를 본인은 가지고 있다.
2. 필요한 정보만 스크랩해둔다.
3. 보다 자주 북마크를 점검해 변경사항이 없는지 체크한다.
4. 아예 신경 끄고 산다.
홈페이지 북마크를 정리를 끝마친 L씨는 음료수 한 잔을 자판기에서 꺼냈다.
솔직히 그가 좋아하는 음료수는 자판기에 없다. 자판기 앞에 설때마다 L씨는 내게 맞는 음료수라는게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차선책으로 L씨는 오랜지 주스 캔 하나를 꺼내든다.
자리로 돌아온 L씨는 “홈페이지들의 사라짐이 누군가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하는 헛된 망상을 잠시 해본다. 내 홈페이지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L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홈페이지로 들어가본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의 홈페이지는 남아있다. 잠시후 L씨는 FTP와 SQL백업을 통해 홈페이지를 백업했다. 거의 한달만의 일인 듯 싶다.
근래에 블로그도 여나문 개씩 벌려놓은 것이 생각나서 블로그 백업프로그램들을 뒤져서 HTML로 백업을 했다. 한동안은 괜찮은 거라 위안하는 순간 갑자기 L씨의 눈 앞에 블루스크린이 뜨고 말았다. 재부팅을 했으나 화면에 뜨는 한마디 글자. “boot disk failure.”
다시금 L씨는 홈페이지를 백업해야 한다. L씨가 조금 현명하다면 이제는 CD나 DVD에, 보다 신중하고 돈이 많다면 MO에 백업할 것이다.
궤변 하나, p2p는 개인적인 기록보존 방식을 공동적인 기록보존 방식으로 확장시켰다.
궤변 둘, 개인 홈페이지에 대한 쉬운 mirroring 또는 백업 서비스가 활성화 될 때가 올 것이다.
궤변 셋, 만일 변경된 홈페이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모든 변경된 홈페이지, 사라진 홈페이지에 대한 새로운 주소를 안내하는 서비스 말이다. 홈페이지를 찾다가 사라진 홈페이지가 있으면 누구든지 이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하는 서비스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