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카메라를 수리하러 가는 길에 본 청계천

지난 토요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G-III Canonet QL17의 스폰지가 녹아버려서 그 유명한 예지동 시계골목의 ‘보고사’에 가서 스폰지를 갈았다.
스폰지를 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닌지라 그냥 손수 갈아볼까 하다가 기왕에 교체하는 것 보고사에 한번 가서 갈아보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보고사를 찾아가기 위해 을지로 4가에서 내려 3번출구로 나가니 복원된 청계천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느낌은 수직으로 깎아낸 옹벽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졌다. 이다지도 대한민국에는 Urban Designer가 없는 것일까? 여하간 예전의 흉물스런 고가도로보다는 시원하게 트인 오픈스페이스가 생겼다는 점에서 조금은 위안을 삼았다. 청계천 주변을 돌아보니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보고사에 가니 아저씨가 바쁘게 일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면서, 아는 단골들은 토요일을 피해서 평일에 온다고 한다. 인터넷에 소문이 난 까닭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직 뜯어보지도 못한 카메라들이 많다며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스폰지 붙이는 사람 하나 두어야 할 것같지만, 남을 시키면 스폰지 붙이는 것도 맘에 쏙 들게 붙이지 못하기에 그냥 당신께서 하신다는 것이다. 아마 스폰지만 한달간 붙이면 좀 솜씨가 나올 꺼라고 웃으며 이야기 하셨다. 내 카메라를 수리하는 중에도 3명이나 찾아와 순서를 기다렸다. 렌즈에 곰팡이가 껴있는지만 좀 봐주시라고 했더니 곰팡이가 좀 끼긴 했어도 닦으면 닦은 자국이 남을꺼라며 그냥 써도 된다고 하셨다. 뭐 나도 렌즈에 낀 곰팡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에 QL17에 맞는 건전지를 하나 먹이고, 나오는 길에 다른 가게에서 슈페리아 100을 사서 물린 뒤 청계천 주변을 찍었다.
40mm 단초점렌즈인지라 피사체와의 거리를 발줌으로 조절하는 것과 이중상합치방식의 레인지파인더를 가진 카메라이기에 촛점맞추는데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To prove you're a person (not a spam script), type the security word shown in the picture. Click on the picture to hear an audio file of the word.
Anti-spam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