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11월 30일 ]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에 내려갔는데, 거기서 선배를 만났다.
혹시나 싶어서 수영강습에 등록했는지를 물었더니, 아직 안했단다.
“오늘이 등록 마지막날 아닌가요?”했더니며, 아, 참 그렇지, 오늘 등록
하러 가자”그런다. 나는 할까 말까 망설이다 인생에 큰 전기를 마련하
기로 작정했다.
[ 2000년 12월 3일 ]
오늘 중랑구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하나 빌렸다. 책 제목은 “수영, 하면
뜬다.” 나는 책 제목대로 되기를 간절해 바라고 있다.
[ 2000년 12월 7일 ]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느라 수영장에 못가다가 오늘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게 되었다. 강습팻말이 있는 곳에 가서 앉아 있다가 여기가 입문반이
에요?하고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저기란다.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풀 가장자리 가장 수심이 낮은 곳 구석레인이었다. 나는 총총
걸음을 걸어 그곳으로 걸어갔다. 가능한 배에 힘을 주어 배가 나오지
않게 하다보니 걸음걸이가 더 이상해졌다. 이윽고 강습시간, 숨을 쉬는
것보다 물을 마시는 빈도가 높았다. 그런데, 다들 나보다 잘하는 것이
다. 수영선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남자애도 있었다. 근데 왜 입문반
이지? 나는 말그대로 수영의 ‘수’자도 모르는데….. 잘 해낼 수 있을
지 저으기 염려스럽다. 강사선생님은 젊고 씩씩한 아가씨인데, 내가 웩웩
거리며 물을 내뿜자 “이구, 어디다 물을 뿜어요. 발을 더 힘차게 저어
요. 더 빨리… 더 빨리….!!!” 나는 이보다 더 빠를 수는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발을 휘젓다가 결국 발에 쥐가 나고 말았다. 혼자
물밖에서 다리를 주무르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처량했다.
[ 2000년 12월 11일 ]
지난주까지는 걸어서 수영장까지 갔는데, 한번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렸
다.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지
생각하며, 걸어다녔는데,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몸살기가 있는 몸
으로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오늘 재미있는 것을 배웠다며 따라 해보란
다. 우리말로 따지면, “옆집 콩깍지는 깐 콩깍지요, 앞집 콩깍지는 안깐
콩깍지다.”라든가, “내가 그린 기린그림은 잘 그린 기린그림이요. 네가
그린 기린그림은 잘 못그린 기린그림이다.”라든가 “조달청 창살 철창살,
경찰청 창살 쇠창살”이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아내는 연신 “would chuck,
could chuck”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난 안따라
하기로 했다. 대신 쫑알대는 아내를 보면서 빙긋빙긋 웃기만 했다.
[ 2000년 12월 12일 ]
오늘은 강습이 있는 날이라 7시에 맞춰 가려는데, 선배가 일을 좀 보고,
같이 가자고 그런다. 나는 그러자고 하고 시간이 지나서 30분쯤 늦게 도
착했다. 수영장에 들어가보니 다들 벽에 팔을 기대고 팔젓기 연습을 하
는 것이다. 나도 따라서 한답시고, 허우적대는데, 강사선생님이 와서
“우리반 맞나요?”그런다.
“네, 맞는데요. 제가 화목토인데, 토요일은 못나오거든요.”
“토요일도 해요?”
“네, 맞는데…입문반 아닌가요?”
“아..맞다 오늘이 화요일이지….”
아마도, 뭔가 착각한 듯 싶었다.
이제 물속에 들어가서 팔젓기를 열심히 하는 시간,
나는 열심히 연습한대로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강사선생님
왈, “아니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물속에서는 숨을 내
쉬어야지요.” 헉헉… 그랬군.
이번에는 여섯번 발차기 뒤에 한번 팔젓기를 하면서 숨쉬기를 하란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물이 자꾸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어떡
하나. 내가 하는 것을 보더니 지난번 말했던 수영선수같다는 총각이 나
보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난 경악했다.
“아버님, 그렇게 하시면 안돼지요.”
으악…. 나보고 아버님이라니…. 하지만 내가 뭐라하겠나. 수경에 모자를
쓴 상태라 나이를 분간하지 못한 탓이겠거니 생각하며 “네… 네…” 할 수 밖에.
“아버님 물속에서는 음…하고 숨을 내쉬구요. 물밖으로 나올때 파…하
면서 입안에 들어오려는 물을 뿜어주면서 숨을 들이마시는 거거든요. 한
번 해보세요…..” 이 친구 계속 나보고 아버님이라고 하는 통에 나는
결국 그 호칭에 익숙해져버렸다. 아, 내 몸매가 이토록 망가졌단 말인가.
그 친구 알고보니 애인이 입문반이어서 같이 듣는 거였다.
[ 2000년 12월 13일 ]
어제 저녁 수영장에 가서 다이빙을 한답시고 뛰어들었는데,
얼굴이 바닥에 부딪쳐서 죽는 줄 알았다.
입술은 깨지고, 얼굴은 긁히고, 이가 다 부러지는 줄 알았다.
1.5m에서는 절대 다이빙 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좋은 경험을 했다.
아직도 입술이 먹먹하다. 흐흐. 그래도 오늘도 난 수영장에 가련다.
[ 2000년 12월 14일 ]
연구실에 내가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다가 입술이 깨졌다는 소문이 파다
하게 나버렸다. 물론 그 소문은 내가 낸 것이지만…. 흐흐.
어제도 수영장에 갔다. 선배와 같이 갔는데, 선배가 수심 2m 풀에서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가 빠져 죽는줄 알았다.
라면 거짓말이고, 물에 들어가 가끔씩 붕 떠올라 숨을 들이마시며 반경
5m정도를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겁이 나더군….
오늘은 회식이 있는 바람에 수영장에 못가고 말았다.
[ 2000년 12월 15일 ]
오늘도 수영장에 갔다. 이번에는 후배와 같이 갔는데, 평형으로 후배가
수심 2m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다가, 나도 한번 해보자하고,
겁없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자유형이라면 물먹기 바빴을텐데, 평영을
한답시고 지난번 “수영, 하면 뜬다”라는 책에서 읽은 영법을 흉내내보니,
어찌어찌 몸이 앞으로 나가더니 25m반대편 쪽에 다다르는 것이다. 물도
안 먹고 말이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하하. 내게도 이런 일이…..
나는 다시한번 되돌아와 봐야지 하고 숨을 고른 뒤에 다시 해 보았다.
어허? 중간에 약간 숨이 차긴 했지만, 여전히 그런데로 잘 되는 것이다.
으하하하….. 내게도 희망이 있나본데….. 그렇게 세번쯤 왕복을 했
는데, 선배가 들어 오는 것이다. 수영장 옆에 있는 스케이트장에서 스케
이팅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수면을 가로지르는 날 보더니, 놀라운 눈으로
날 처다보는 것이다.
“야, 하룻만에 이게 웬일이냐?”
“글쎄요. 좀 늘었나요?”
“다시 한번 해봐라….” 그의 말에 따라 다시 반대편을 향해 가는데,
거의 다 와서 뭔가 다리에 부딪치는 것이다. 반대편에 도착해서 보니 선
배가 물안경을 벗으며, “아이구, 아깝다. 팬티를 벗기려고 했는데..하하”
나원 참, 짖꾸ㅊ기는…..
“자유형은 안되는데, 접영은 그런대로 되나봐요.”
“그래, 계속 연습하면 다 돼.”
오늘, 나는 ‘나도 하면 뜬다’는 사실을 처음 몸으로 깨달았다.
[ 2000년 12월 19일 ]
오늘도 맹훈련을 했지만, 역시 저쪽 풀까지 자유형으로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호흡이 문제인것 같다. 걸음마를 배우듯 차차 나아지겠지.
오늘도 선배는 물속에서 팬티를 벗기려 한다. 아무래도 변태인 것 같다.
허우적대다가 물을 많이 먹고 말았다. 기회를 봐서 풀밖에 서 있는 선배
뒤로 가서 힘껏 밀어버렸다. 철푸덕 소리를 내며 빠졌다. 셈통이다.
– 늘 즐거운 한빛.